’98 한국무용계 총평


1)정 승 희


 

목    차

 

 

 

 

 

 

Ⅰ. 머리말

Ⅱ. 창작무용

Ⅲ. 전통무용

   1. 9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한성준옹

   2. 프랑스 아비뇽축제

Ⅳ. 맺음말


. 머리말


’98년 한국무용분야에서의 연간 작품활동 특징은 첫째 젊은 무용가들을 위한 기획공연무대 비중이 높아진 반면 중견 무용인들의 창작공연은 소강상태에 빠진 점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춤공연에 본격적으로 제작개념이 도입되면서 개인공연이 힘들어졌다는 점, 셋째 전통춤에 대한 열기가 고조된 가운데 문화재 지정춤 계승에 대한 과열현상이 무분별하게 일어난 점, 넷째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연예술 창작물을 문화상품화한 경쟁력 확보에 지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점등을 들 수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경쟁력이 시대의 주제로 된다는 다시말하면 문화산업이 경제발전의 보고로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화산업이란 각기 국가의 문화와 정서를 제품화하여 이를 전파․확산․상품화한다는 말이다.

공연예술분야에서 세계화 혹은 문화교류를 고려할 때 가장 큰 장애는 언어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의 경우 세계화된 레파토리(켓츠․레미제라블 등)는 관객이 이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문화적 전통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익숙치 못한 내용을 가지고 공연될 때 언어의 불소통은 관객의 호응도를 도리없이 떨어지게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언어와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무용예술이야말로 상대적으로 공연예술시장에서의 문화상품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독자적인 개성을 지니지 못한 무용양식, 특히 선진국의 문화양식을 어설프게 모방한 작품들은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무용예술은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하여 문화적 개별성을 지닌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작품, 동․서양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띤 예술로 만들어지는 작업이 무척 중요하다.

이러한 시기에 문화관광부가 종교의식춤, 민속춤, 교방무용, 궁중정재등 전통춤 전 분야에 걸친 146종의 춤을 담은「한국의 전통춤 CD롬」을 제작한 것과 문화재 관리국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영문판 책자「Korean Intangible Cultural Properties I」을 발간하여, 해외에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코자 한 것은 매우 시기 적절하였다.


Ⅱ. 창작무용


그동안 개인발표회나 단체들의 정기공연이 주류를 이루던 것과는 달리, 요즈음의 무용계에서는 젊은 무용수를 겨냥한 각종 기획공연이 현저히 늘고 있다. 문예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젊은 춤꾼을 위한 공연을 비롯하여 창무회 미래춤(2월23일, 소극장 포스트), 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춤 Ⅰ(6월19~30일 문예회관 소극장), 젊은 무용가의 밤 Ⅱ(9월30~10월1일 자유소극장)등 춤협회․각 단체등에서 개최하는 크고 작은 춤기획전들이 젊은 춤꾼들을 중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공동작업(무용가․미술가․음악가 등)을 통해 또한 춤과 마임․연극등과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고 탈장르의 움직임으로 표현영역을 넓히면서 총체극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무용계는 극장예술로서의 완벽성을 추구하기 위해 춤공연에 본격적으로 제작개념을 도입하면서 단체가 아닌 개인이 섣불리 공연한다는 것에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무용가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용창작물 한 편에 드는 막대한 비용(작곡비․무대미술비․의상비․대본비등)도 개의치 않고 경제적 논리를 무시한 채 오기와 자존심으로 버텼지만, IMF영향으로 이제는 더 감당키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세계가 일일권에 들어선 정보화시대에 각국 공연문화를 자주 접하게 되므로써 창작물 방향 설정 혼돈으로 무용인들의 창작의지가 잠시 영향받은게 아닌가도 생각된다.

이런 가운데 9월15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 김명숙의 창작공연 「신 공무도하가」는 극장예술의 여러 요소를 십분 활용하여 무대장치․의상․음악등에 많은 공을 들인 작품으로 한국무용에 활력을 제공하였다.

’98년에 발표된 작품가운데 손인영과 임학선이 우리춤의 기본 메소드를 정리․발표하여 시선을 끌었다. 손인영은 「해체와 창조」(3월12~13,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서예의 기본원리와 에너지의 흐름을 우리 춤사위의 기본동태로 삼았고, 임학선을 「태극구조의 기본춤」에서 동양사상의 음양의 조화를 기본춤으로 풀어 내었다. 이러한 작업은 한국적 기본 메소드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으로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 시도는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이밖에 김은희의 「환․환」, 김용철의 「붉디 붉은」등이 바뇰레 국제서울안무대회 공연에 참가하여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며, 이은주․정은혜․양희정등이 올해의 한국춤꾼으로 돋보였다.

무용계에 각종 기획공연이 넘쳐나고 있다. 기획공연의 성패는 분명한 목표설정에 달려있는데, 이 가운데 각 단체가 내세운 행사목표에 부합되고 공연의 질적 수준도 일정하게 유지시키면서 연례행사로 정착단계에 이른 대표적인 기획공연으로 「춤작가 12인전」,「한국의 춤․세계의 춤」,「춤과 의상의 만남」등을 꼽을 수 있다.

기획공연으로 가장 성공적인 뿌리를 내린 「춤작가 12인전」은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는데, 매년 초대된 12인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장르를 초월한 신작을 발표하여 창작춤의 입지를 한 단계 끌어올린 무대로 평가 받아왔다.

올 공연에는 (5월2~4일 문예회관 대극장) 한국무용분야에서 원필녀(그늘속의 그늘), 김영희(여기에 Ⅱ), 오은희(보이지 않는), 김숙자(무념의 여인)등이 참여하였는데, 전반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관객의 열기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 무용학회(회장 : 김복희)는 춤의 학문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5년전부터 「한국의 춤․세계의 춤」이란 타이틀로, 1945년 이전의 한국춤과 세계 여러나라의 춤 흐름을 분석해 오고 있다.

이 행사의 특징은 공연과 심포지움이 연계되어 펼쳐지는데, 한 무대에서 논문발표와 함께 무용작품이 실현되어 그 시대적 특징과 예술성을 분석한다. 올 행사에는 ‘한국에서의 서구무용 유입과 발전’이란 제목아래 김경희가 논문을 발표하고 조택원의 대표작 ‘만종’이 공연되었다. 한경자는 ‘전통무용과 플라멩코의 발동작 기교분석’이란 논문을 양전희는 조광의 자문아래 재구성한 플라멩코를 군무로 발표하였다.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회장 : 최 현)와 한국패션문화협회(회장 : 배천범)가 공동으로 마련한 「무용과 의상의 만남Ⅱ」는 ‘춤추는 디자인’이란 제목으로 공연(12월12~13일 문예회관 대극장)되어 무용의상에 새로운 관심을 갖게 하였다.

이번 ‘춤추는 디자인’ 무대에서는 그동안 의상이 안무가의 작품을 받쳐주는 역할이었던 것에서 탈피하여, 두 예술이 각기 주역으로서의 당당한 만남이었다. 무용은 근본적으로 인체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는 예술이며, 옷은 인체와 어우러져야 비로서 그 생명력을 갖게되는 예술이다. 따라서 두 예술은 공동작업을 할 때 서로 이해와 융화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올 공연에는 모두 6개의 작품이 발표되었는데 한국무용분야에서는 김운미와 디자이너 김인경(블랙홀의 여행)이 참가하였고, 그밖에 제임스전과 디자이너 김민지(Now and Then), 박인숙과 디자이너 김정희(흔들림), 남정호와 디자이너 금기숙(사계), 홍승엽과 디자이너 배천범(그가 또 수를 세고있다)등이 참여하여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Ⅲ. 전통무용


전통춤분야는 그동안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춤에 한정되었던 레파토리에서 탈피하여 춤 종목이 다양해지면서 활발한 공연활동을 벌렸다. 특히 98년은 오늘의 춤자산들을 내일의 춤유산으로 남기려는 무용가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무용의 역사는 바로 무용수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볼 때 원로무용가들의 춤예맥을 잇고져 열의를 다하는 후학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용계의 밝은 앞날을 점쳐볼 수 있다.

50년 춤인생을 되돌아보는 원로무용가 김진걸의 춤무대(4월20~21일 국립극장 소극장)와 최현․김백봉의 춤무대를 통하여 평생 꿋꿋이 춤인생을 걸어온 원로무용가들의 명부들이 새로운 전통춤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들 춤예맥을 잇기 위하여 제자들로 구성된 춤보존회가 새롭게 결성되고, 그밖에 평생을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지방 춤예맥을 지켜온 춤꾼들의 공연도 잇달아 열리면서 전통 춤종목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에 이루어진 전통춤 공연을 살펴보면, 문화재 관리국이 주최한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자 발표공연이 5월1~2일 서울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열린 것을 비롯하여 국립국악원이 주관하는 「화요상설공연」이 7, 8월을 제외하고는 매주 화요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개최되어 전통춤보급과 춤대중화작업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전통예술의 전승과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시작된 「화요상설공연」은 중요무형문화재(무용․기악․성악) 이수자․전수자 및 보유자들 무대로, 올 공연에는 원필녀․윤숙자․김용복․채상묵․이상온․임현선․이순림․오향란․홍웅기․김효분․전은자․서영님․박은영등이 참가하여 무형문화재춤의 심도있고 다양한 춤사위를 마음껏 펼쳐보였다.

그밖에 기획공연으로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명무초청공연(10월1~5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이 열렸는데, 이 무대에는 김수악․장금도․권명화․김덕명․하용부․이윤석, 정인삼․김운태등이 참가하여 지방에서 전통춤 예맥을 지켜온 이들을 각인시켜 주었다.

또한 기능보유자 고 한영숙선생의 춤맥을 잇는 모임단체인 한영숙 춤보존회(회장 : 정승희)에서는 기획공연으로 벽사 한영숙선생 9주기 추모공연을 11월20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가졌다. 이 공연에는 이애주(승무)․정승희(태평무)․한미정(살풀이춤)․김숙자(내림새여-승무를 모티브로 한 창작)등이 출연하여 한영숙류의 우아하고 다양한 춤가락과 함께 아름다운 공간미를 펼쳐 세월이 거듭할수록 그 예술적 가치가 더욱 돋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중견인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우리 춤계에 있어 98년은 특히 의미가 깊은 해였다. 전통예술의 대부인 한성준옹이 문화관광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9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되어 한옹의 춤인생․춤정신․춤예술성이 우리의 춤자산이자 긍지로 새롭게 조명되었다. 또한 공연예술축제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아비뇽축제(7월13~21일)「한국의 밤」무대를 통해 우리의 전통적인 춤과 소리를 세계무대에 널리 알린 점등은 올 무용계의 수확으로 꼽을 수 있다.


1. 9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한성준옹


우리 근대춤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한성준옹이 문화관광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9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되어 예인의 춤정신을 기리는 기념행사들이 서울과 홍성에서 집중적으로 개최되었다.

국립국악원과 국악진흥회 주최로 열린 동양음악학 국제학술회의(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동양무용과 무용정신」이란 주제하에 한옹의 춤예술성이 분석되었다.

벽사아카데미(정재만)는 국립국악원 예악당(9월2~-4일)과 숙명여대(9월14일)에서 한성준의 날 기념공연과 기념세미나를 마련하여 한옹의 춤업적을 기렸다.

또한 9월27일에는 한옹의 출생지인 충청남도 홍성에서 한성준 춤․소리연구회 주최로 춤비 제막식과 학술제 공연이 있었다.

1874년생인 한옹이 춤계와 국악계에 끼친 업적을 비추어 볼 때 이런 행사와 춤비 제막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장단과 춤으로 한국 고유의 독자성을 획득하고, 그 결정체인 승무․살풀이춤․태평무․학춤․한량무등으로 한국 근대무용사에 큰 족적을 남긴 한옹의 춤정신․춤예술성을 재조명해 보는 그 자체가 우리의 귀중한 무용 자산이며 긍지이다. 따라서 한옹의 기념행사는 범무용계적인 잔치로 모든 제자와 후학들․무용계 인사들이 함께 모여 역사적인 인물을 기리는 자리가 되어야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벽사춤 아카데미나 한성준 춤․소리연구회가 한옹의 계보를 잇는 제자들마저 배제시킨 가운데, 마치 이 행사를 한 개인이 독점하듯 벌이는 처사는 파벌의식만 노출시켜 무용계 인사뿐 아니라 인접장르 예술인들에게까지 실망을 안겨주었다.

9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한옹은 우리춤의 거목이자 우리 모두의 스승이다. 따라서 그분을 기리는 기념행사는 무용계의 그 어떤 행사보다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무용인들은 그분의 춤혼을 오늘에 되살려 우리춤을 세계화시키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프랑스 아비뇽축제


공연예술제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비뇽축제가 올해로 52회를 맞이하면서, 아시아의 열망(Desir d'Asie)이라는 특별한 공연예술행사를 열어 우리나라와 대만의 전통예술을 집중 조명하였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비뇽에서의 「한국문화의 밤」(7월13~22일)행사는 우리의 전통적인 춤과 소리를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를 엮어간 무대였고 세계에 한국예술을 알리는 무대였다.

정중동의 주제로 펼쳐진 1부는 강태환의 색소폰과 육태안의 전통무예 수벽치기, 대금독주(청성곡), 가곡(태평가), 춘앵전, 수제천합주, 살풀이춤, 입춤, 이매방의 승무로 약 90분에 걸쳐 관객과 우리춤과 소리가 하나가 된 무대였다.

제2부는 ‘격이 있는 자유로움’이란 주제로 약 100분간 진행되었는데 북연주, 현대무용, 판소리 춘향가(안숙선), 김덕수의 설장고합주와 사물놀이 ‘판굿’이 공연되면서 무대가 우리의 전통적인 모습으로 가득 채워졌었다.

한국 최고의 예술인들이 함께한 아비뇽무대는 전통과 현대, 정적인 면과 동적인 면, 다이내미즘과 우아함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살아있는 한국의 전통과 창조정신이 돋보이는 무대를 연출하였다.


요즈음 전통춤에 대한 열기가 국내외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90년초부터 한국무용계에는 색다른 현상이 일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의 전통춤 지향자외에 한국무용계의 모든 춤꾼들이 무분별하게 문화재 지정춤 계승을 위한 과열현상에 뛰어들면서 전수자내지 이수자로 지정받아, 이수증 남발사태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무형문화재 지정춤에 대한 가치를 재인식하고 혼탁해져가는 우리춤의 본질과 정체성을 되찾게 하는데 기여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전승자들의 춤이 문화재춤의 보존과 전승에 충실하기보다는 각자의 춤색깔로 바뀌고 있어 오히려 우리춤 발전에 저해요소로 작용될 소지가 높다.

그동안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문화재가 발굴․보급되고 더불어 지정되었으나 지정된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시키느냐 하는 문제에 이르면, 지정된 문화재의 사후관리문제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무형문화재의 경우 조사․발굴과 지정에 못지않게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기능보유자가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외에도 원형보존․지도체제․전수체제정립․이수자관리문제․승계문제등에 특별한 규제없이 제도적으로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무형문화재란 이미 오랜 세월동안 갈고 닦은, 그래서 한 작품으로 완성되고 검증받은, 즉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것을 말한다. 무형문화재란 지정받는 그 순간부터 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된다. 그러므로 작위적인 변화가 자주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일부 춤가운데서 처음 문화재로 지정받았을 당시의 춤사위와 춤추는 시간적 길이․구성등이 많이 달라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전통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가변성의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이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시대성과 맞물려 서서히 변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문화재로 지정받자마자 당대에 자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전통무용의 생명은 춤사위 한마디 한마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를 지탱하고 있는 정신에 있다고도 하고, 또한 그 춤은 곧 그의 예술이자 그 사람 자체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각 유파의 개성적 특징이 없이 서로 비슷해져 갔을때도 여전히 무형문화재로서 그 춤에 정통성과 가치성이 부여되는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 지방색과 개인 취향에 따라 형성된 춤사위․반주음악등이 분명한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로 형식체계를 이루어 나갈 때, 비로서 원형성 보존과 함께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 사료된다.

차제에 그동안 우리가 무심히 보아왔던 전통무용에서의 음악반주자들의 연주위치문제․의상문제․무대문제(전통춤 공간으로서) 등에도 세심한 배려를 해서 문화재로서의 정통성과 원형성 구축에 다같이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Ⅳ. 맺음말


무용계의 가장 큰 축제행사인 서울국제무용제(10월25~11월6일 문예회관 대극장)가 올해로 20회를 맞으면서 특별행사로 국내의 전문발레 단체들의 합동 갈라공연과 원로들의 축하공연을 벌렸다.

원로들의 명무공연에 강선영․김진걸․김백봉․이매방․김문숙․최현등이 출연하여 20주년 서울국제무용제의 위상을 한층 높여 주었다.

올해에 초청된 해외공연단체들은 전년과는 다른 개성있는 단체들이 초청되어 실속있는 공연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해마다 제기되는 문제인 수준미달 작품의 무용제 참가가 올해에도 계속 문제점으로 거론되었다. 또한 매년 거론되는 심사과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아울러 무용제의 개선되지 않는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이 무용제를 무용인들에게서 가장 권위있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범무용계가 모두 참여해서 축제분위기를 조성하는 별도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제13차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총회와 함께 열린 98세계무용축제가 한 달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8개의 유수한 해외공연단체가 방문하여 눈길을 끌었다. 반면에 춤계의 세대교체를 겨냥하고 기획된 국내팀의 초청작들은 수준미달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학술심포지엄과 곁들여진 이번 행사는 웍샵․비디오․무용사진 전시회가 동시 진행형으로 이루어져 세계춤의 경향과 지식․정보를 안겨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용계 인사 소수가 참여한 가운데 열려 의의나 성과면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밖에 국립무용단은 98년을 한국무용예술이 한 단계 도약하는 해로 정하고, 시대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춤의 변신을 시도한다는 의미로 현대춤과 접목시킨 「자연인」,「티벳의 하늘」(11월26~29)을 공연하였다. 그리고 해외공연으로는 일본 동경․오사카(6월30)에서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주최 기념공연을 가졌고, 프랑스 월드컵 폐막행사(7월12일)에 참가하여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내놓았다.

국립국악원은 매주 상설공연을 통해 전통무용의 저변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10월 김대중대통령의 공식 일본 공연을 앞두고 도꾜 국립극장(9월27), 교또 콘서트홀(28일), 오사카 IMP홀(30일)에서 「태고의 울림, 자연의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잇따라 공연을 가져 한국 정악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공립단체인 국립무용단․서울시립무용단․서울예술단등 직업무용단은 창작활동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공립무용단은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갖기위해 자기 색깔찾기와 고정 레파토리 확보에 주력해야 하며, 보편성을 지닌 레파토리 확보로 무용대중화 작업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