創作舞踊과 몸動作의 硏究

 


朴 容 九

 주어진 부문은 창작무용이지만, 이 심포지움의 테마가「전통예술의 活性化」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주최측에서는 전통예술의 활성화로 세계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도약의 길을 모색하고 싶은 생각인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래서 우선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세계무대를 향한 세 가지 선행조건"을 월간지「객
석」에 썼던 글을 인용해 보기로 한다. 오늘의 발제인「몸동작의 연구」도 그 첫째 조건
에 해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째는 세계적인 보편성을 띨 만큼 우리예술의 확고한 문화적 아이덴티티(固有性)가
양식화를 달성해야할 것. 이를테면 우리의 역사 깊은 문화유산이 피카소의 큐비즘을 낳게
한 아프리카 원주민의 목각품 꼴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말이다.

 둘째는 펀협한 민족주의적 집착을 버리고 지구촌적 시야를 갖자는 것.
 우리는 이미 공업생산체제에서는 세계적인 수평 분업권 속에 들어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동차라는 제품 하나에도 분업화가 형성되어 여러 나라 부품이 혼재해서 전체적 기능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화에 있어서도 세계문화에 기여하려면 지구를 품에 안을 수 있는
포옹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같은 유교권에 속해 왔고 앞으로 서태평양 시대를 열어갈 중
공과 일본과는 수평적 관계에서 유대를 강화하고 예술시장의 공동확장과 다변화를 기해
야할 시점에 와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째는 세계를 향한 창구(窓口)의 일원화(一元化).
 우리나라의 수출입국을 선도한 섬유산업이 70년대 초의 무절제한 자유경쟁으로 KO-
REA제품의 평가를 추락시켜 그 만회를 위해 쏟아야 했던 오랜 쓰라린 경험을 우리의
문화예술이 다시 되풀이하는 어리석음은 이제 그만 피해야 한다. 절제 없는 자유는 방종
이요, 퇴폐로 달리는 길잡이가 된다. 정부가 공인하는 민간차원의 자율적인 한국예술 해
외 보급협회나 위원회 같은 기구로 창구의 일원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지혜로움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세가지 선행조건」은 문화정책적인 발언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 첫째로 꼽은
"확고한 문화적 아이덴티티의 양식화"란 매우 기본적인 전제로 제시했던 것이다.
 마침「객석」같은 호에서 김태원은 무용시평 중에 "각 현대 춤 꾼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
얼마만큼 체형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알고 있는가를 점검해 보지 않으면 안된다. 동시
에 자신의 개인적 육체는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육체(혹은 문화구조)와 끊임없이
관계 맺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도 있다"고 썼는데, 이 발제에서 내가「몸동작의 연구」라
고 이름 붙인 것은 바로 그 자신의 신체에 대해 점검하기 위한, 또는 사회적 육체에 대
한 문화인류학적인 측면에서 조명해보려는 시론(試論)이랄 것도 없는 시론을 시도해 보
자는데 있다.
 일찌기 최남선은 우리문화를 "앉은 문화"로, 서양문화를 "선 문화"로 풀이했는데, 북방
기마민족의 후예인 우리를 앉은 문화로 풀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흙벽과 토방집에서
농경민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우리가 그네들 서양인 보다 다양한 "앉은 자세"를 갖는 것
은 사실이다.
 서양은 르네상스를 고비로 의자(椅子)의 보편화로 인간의 규율화를 가져오지만, 우리는
아직도 꿇어 앉기, 책상다리 앉기, 쭈그려 앉기, 뻗고 앉기, 비스듬이 앉기, 주저 앉기, 무
릎세워 태짓고 앉기 등 서양인이 흉내내기 어려운 앉은 자세도 갖고 있다.
 그래서 서양사람들은 선 채로 중요한 대화도 이루워지지만 우리들의 전통사회에서는 중
요한 대화는 앉아서 해야하고, 손아래 사람은 꿇어 앉아야 하는 등 앉는 자세에도 위계질
서 (位階秩序)가 있다.
 그리고 앉는다든가, 선다든가, 물건을 던진다든가, 짐승을 덮친다든가하는 습관성의 "몸
놀림"-즉 운동습관(Moter Habit)을 「신체기법(新體技法)」의 저자인 불란서의 민속학자
마르셀·모스는 그것도 하나의 기술적 기능으로 보고 "몸통은 인간의 가장 없지 못할,
또한 본질적 기구이며, 그것은 사회적으로 전승되고, 모든 사회는 고유의 '몸놀림의 양식
' 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몸놀림의 양식"이라는 말에 쏠리는데, 그 습관성의 몸놀림은 상
대방을 두고 대응하는 전달적이고 표현적 기능을 가진 몸짓-즉 제스츄어와 아울러 고유
한 몸놀림의 양식의 행동준칙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테면 서양의 손등으로 개를 부르는 손짓과 우리의 손바닥으로 개를 부르는 손짓,
수레를 끄는 우리들과 수레를 미는 그네들, 손등에 소금을 얹어서 맛을 보는 그들과 손
바닥에 담아서 맛을 보는 우리들.
 그런가 하면, 우리들 어린 시절에는 솔방울이나 가죽공을 땅에 놓고 막대기로 후려갈기
는 "장치기"라는 놀이가 성행했는데, 그것은 서양의 골프나 야구, 하키나 크리켓처럼,
말타 고 달리면서 공치기 하던 기마민족의 놀이였다는 점에서 최남선의 "앉은 문화론"은
문제 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사회적 동물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은 콤뮤니케이션을 위해 언어와 비 언어
라는 두개의 찬넬을 필요로 한다. 어떤 학자는 비언어(非言語)를 얼굴표정, 몸놀림, 몸짓
이외에 말의 Tone, Intonation, Pitch 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보았는데, 어떻든 대인관계( 
對人關係)의 콤뮤니케이션은 몸놀림, 몸짓, 말이 빚어 내는 폴리포니적인 구도(構圖)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구도에는 언어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Cord가 도시의 전선(電線)처럼 얽혀있
어서 그것들을 경험의 Cord가 집약적으로 읽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신체기법의 기본
Cord인 앉고 서기나 뛰고 달리기 외에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 5관(官)의
Cord를 비롯해서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입증하게 되는 인지(認知)의 Cord, 예절(禮節)
의 Cord, 의식(儀式)의 Cord 등 수 없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영매
적(靈媒的)Cord와, 몸을 맞대는 접촉동작으로 감응적(感應的)동조(同調)를 이룩해서 정서
안정을 얻거나 공동체 사이에 의미있는 몸짓언어가 되는 버릇의 Cord는 창작무용의 작
가로서는 주목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상대방의 의식 속에 파고들어 그 뜻을 알아내기도 하고 교감하기도 하는 "영매
적 Cord" 는 판소리의 창자(唱者)와 고수(鼓手)사이에 전형적으로 볼 수 있어서 우리 춤
의 지향(志向) Cord가 될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보여
주는"능력보다 교감(交感)의 능력을 길러온 터였으니까.
 그런데 서양사람들의 "보여주는 능력"이거나 우리들의 "교감의 능력"이거나 인간은 벌
거벗은 상태로 Cord를 노출시킬 수는 없게 되었다. 즉, 공권력이 사람의 몸에 개입해서
의상(衣裳)이 구속력을 갖고 제왕과 귀족, 또는 양반과 상인등의 구별을 낳게해서 몸통의
개조작업조차 서슴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제국주의 강점(强點)이후에 그 현상이 뚜렷해지는데, 어떤 시골노
인은 국민학교의 체조시간을 보고, 선생이 "너 언제 죽을래, 응?"하면 아이놈들이 "내일,
모레, 내일, 모레"하며 짝지어 걸어간다고 비웃었다. 이 예는 일본에 대한 저항의식이 한
(恨)으로 맺힌 비앙거림이겠지만, 사실로 서양의 체조는 수의근(隨意筋)레벨의 훈련이 고
작인데 비해서 "요가"를 비롯한 동양의 신체 단련법은 내장기관의 생리과정을 제어해서
세속적인 생활리듬을 단절시키고 5관(官)의 집중적 훈련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도 전
통사회의 보수적 노인이 비웃을 만하다.
 그러나 우리국민의 몸매가 수의근 레벨의 서양식 단련법에 의해서 기동성있고 등뼈가
곧은 체위로 전조(轉調)되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아닌게 아니라 동양과 서
양의 근본적인 단련법의 차이는 그대로 "몸매의 미학"을 달리하게 했다.
 수의근 레벨의 단련법으로 스포츠를 즐긴 고대 희랍인은 육체에서도 균형미를 숭상해서
알몸을 과시하기에 부끄럼이 없었고 의상은 고작 천을 몸에 두르는 Toga 아니면 쓰게옷
인 Turic이 고작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로마시대에 와서 소매달린 Robe가
성행했으나 우리가 지금 양복이라 부르는 Suit-Style은 몽고리안의 징기스칸이 유럽을
권한 뒤에 남겨놓은 선물이 된다.
 그리고 이태리를 중심으로 발달한 공동체적인 결사(結社)중심의 도시공동체로부터 절대
왕정(絶對王政)의 모델이 되기도 한 "도시국가"로 전화(轉化)하면서 고대희랍시대에는 대
화(對話)의 모임터이던 광장(廣場)은 중세기에 성당(聖堂)과 아울러 주민들의 정신생활을
지배하는 중심이다가 르네상스기(期)에는 "보여지는 정치극"의 무대로 변모하는 것이다.
 군주와 도시귀족은 공적(公的)인 인격(人格)으로서 그 몸매와 몸동작을 통해서 공적(公
的) 권위를 민중 앞에 "몸"으로 보여야 했다. 그 맡은 바 역할에 따라 정연한 예절(禮節)
텍스트를 좇아서 그들의 몸매와 몸놀림, 그리고 제스츄어-몸짓, 그 자체가 공적인 규범
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보여지는 몸매"를 위한 노력이 의상에서는 귀부인들의 웨스트 라인을 강조하기
위한 코르세트의 유행과 남성코트의 잘숙한 허리, 그리고 좁은 소매와 홀테바지로 나타
나고, 몸매를 위한 훈련으로 휀싱의 유행을 낳고 걸음걸이의 변화를 가져온다.
 16세기의 유리거울과 크리스탈 거울의 생산이 사회전체의 시각적 변모를 가져온 사실도
간과할 수 없으리라. 이윽고 공적인 것이 왕후(王侯)의 궁정으로도 옮겨간 바로크시대에
는 제후의 거성(居城)과 그의 도시들이 여러가지 종류의 무대를 가진 하나의 거대한 극
장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보여지는 존재"로서의 궁정무도로「미뉴엣」의 경
우, 그 느린 동작과 정지상태의 교차는, 음악적이기보다 오히려 다리를 모으고 곧은 몸매
에 초점을 둔 회화적인 구도(構圖)의 춤이라는 편이 옳을런지 모른다.
 오늘의 발레가 지니는 몸매의 미학과 무용어법도 그것을 문화인류학적 시각으로 보면
한낱 천재의 소산은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예절의 텍스트를 지나치게 숭상한 우리나라의 지배계급은 제왕이나 사대부를 막
론하고 공적 권위를 민중앞에 "몸"으로 보여야 하는 "광장의 정치극"은 연출되는 법이
없어서 지나(支那)대륙에서 전해진, 소매도 넓은 풍덩한 까운에 몸매를 감추고 되도록이
면 동작을 줄이고 몸짓을 하지 않음을 예절의 규범으로 삼았다.
 따라서 앉은 자세가 권위의 상징이 되어 마침내 "보여지는 존재"로서의 지배계급도 없
었고 민중 앞에 "보여지는 정치극"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춤사위는 왕궁에 소속된 상민(常民)출신의 직업무용수가 외래의 춤틀을 수렴하
고 초야의 민중들이 몸놀림과 몸짓에서 상징화시킨 것일망정, 지배계급은 감상자로 물러
앉아 직접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그 결론이 온당한 것이라면 창작무용에서 몸동작의 아이덴티티(固有性)찾기도
한결 Focus(焦點)의 조리개를 좁힐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