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唱劇의 諸問題

판소리와 唱劇의 諸問題

                                                                                                                   李輔亨

   본 주제는 국립국악원에서 개관기념 심포지움에서 발표해 달라고 위촉한 것이지만 발표
자 스스로도 지금 판소리와 창극에는 풀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있다고 봐서 이 주제 제목
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우리 전통문화예술이 거의 그런 지경에 이르고 있지만 판소리와 창극은 전통적인 문화
환경이 급격히 변동되면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폭발적으로 발생하였던 것을 두고 보면 판
소리와 창극이 태어나고 자라왔던 문화환경에서 판소리와 창극이 지니고 있던 상황과 오
늘날 급변하는 문화환경에서 판소리와 창극이 지니고 있는 상황을 비교하여 매인 문제들
을 살피고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판소리는 倡優戱로 벌리는 판놀음에서 성장하였고 방안놀음에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
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후기까지 倡優戱는 官衙의 축제, 鄕土의 여러 축제, 私家의
향연에서 흔히 벌리던 것이고 또 조선후기에서 私家의 연향에서 판소리가 독자적으로 놀
음을 벌리는 일이 많았던 문화환경이 조선말기 판소리가 급신장하는 밑거름이 된것이다.
오늘날에는 官衙나 鄕土축제도 드물지만 이런 축제에서 倡優歲가 없어진지 오래이고 또
私家의 향연에서도 판소리를 공연하는 일이 거의 없는 만큼, 판소리가 성장해온 전통적
문화환경은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은 순수공연으로 판소리가 살아 있을 뿐이며 근래에 성행하는 마당극에 신작 판
소리 공연이 시도되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것이 전통판소리와 문화적 연계성이 희박한
것이 아쉽다.
   판소리 공연자는 전적으로 倡優集團이 감당하던 것이다.전통사회에서는 倡優集團이 公
演文化를 주도할 만큼 그 문화환경이 튼튼하였지만 문화변동으로 근대사회문화는 倡優集
團의 公演文化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倡優라는 社會集團이 붕괴된지
오래이다. 다만 판소리를 비롯한 일부 藝能만이 그들의 후예들에 의하여 계승되었으나 지
금은 倡優의 藝能이 어느 社會集團의 전유물에서 벗어나고 있다.
   祝祭는 文化行爲를 벌리는 것인만큼 祝祭에서 벌리는 倡優戱 또한 祝祭에 참가하는 관
중의 文化語法에 맞는 것이 선택적으로 공연되었다.
   판소리는 이른바 시나위圈의 鄕土基層音樂言語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시나위圈의 祝祭에
서 벌리는 倡優戱에서만 공연되었다.

  시나위圈 밖의 청중은 판소리 音樂語法을 학습할 기회가 없어 판소리를 享受할 소양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판소리가 고도의 藝術性을 지니고 士大夫 방안놀음으로 발달하면서
조선말기에는 판소리가 시나위圈 밖으로 공연장이 확대되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는 傳統音
樂이 生活文化行爲로 傅承되어 가는 추세이다. 그래서 판소리는 이것을 낳았던 시나위圈
에서 보다 시나위圈 밖인 서울에서 더욱 공연하는 기회가 많고 서울이 판소리 전승의 중
심지 구실을 떠맡고 있는 형편이다.
  아직도 판소리 공연장에는 판소리 가객이 구사하는 성음의 예술성을 즐기며 추임새하는
판소리 청중이 남았지만 傳統音樂學習의 기회가 적은 젊은세대들 가운데는 아니리를 중
심한 판소리의 공연성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만 가객의 성음을 깊이 이해하는 청중은
많지 못하여 추임새하는 능력이 충분치 못하다. 바른 享受者가 없는 藝術은 바람직한 발
전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니 깊이 이해하고 즐기는 판소리 청중이 적다는 것도 앞으로 판소
리 발전의 장애가 될 수 있다.

  판소리는 倡優戱라 이르는 판놀음에서 생겨 자란 것이니 본디 공연장은 마당이라는 놀
이판일 것이다. 조선말기에 판소리는 방안놀음에 끼이면서 방안이나, 대청이나, 대뜰이라
는 새로운 공연장을 갖게 되면서 더욱 치밀한 예술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 오늘날에는.판
소리가 주로 극장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다. 극장이라는 공연장은 판놀음이나 방안놀음이라
는 공연장과는 달리 소리꾼과 구경꾼과의 거리감이 생겨 전통적인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공연자와 관중의 일체된 입장감에서 조성되는 생동한 공연성이 감소되고 있다. 극장에서
판소리공연은 아니리와 소리는 고정화되고 발림은 단순화되고 있다. 특히 대형극장에서
소리명창들이 마이크를 사용하면서 공연자가 마이크에 얽매여 발림이 위축되고 있다. 판
소리의 현장성을 살리기 위하여 소리꾼과 구경꾼이 공간적 일체감을 갖고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원형극장에 가까운 판소리 실내 공연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祝祭場을 재현하는 마당놀이와 마당극이 성행되면서 이런 마당 공연장에서 판소
리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어 옛 倡優戱의 판놀음과 같은 공연상황을 되찾고 있다 하겠지만
판소리 다섯마당이 이미 본디 지녔던 판놀음으로서 공연적 특성을 많이 잃어버린 것이니
마당이라는 놀이판에서 공연하기 마땅한 것은 아니다. 이런 공연장에서는 지금 전승된 판
소리와 달리 본디 열 두 마당시절의 특성을 살린 것이어야 하고 오늘의 문화적 특성을 지녀
야할 것이다.

  판소리 사설은 敍事巫歌와 같은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발생과정에서 타고
난 혈연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판소리는 倡優戱의 판놀음으로써 공연적 특성과
방안소리로써 歌唱的 특성을 지니고 있다.
  판소리 사설은 이와 같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요새 새로 지은 많은
판소리 사설도 여러 소리 명창들에 의해서 공연적 특성에 맞도록 다듬어지기 전에는 판소
리스러운 사설이 되기 어렵다. 申在孝 판소리 사설과 같이 창작된 사설들이 '이른바 사설
이 세다'고하여 소리하기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신
작 판소리들이 지어지고 있으나 그것들이 아직 판소리 고전으로 정착되지 못하였던 이유
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이와 같은 판소리 사설이 지닌 복합적 특
성을 갖추지 못한 구조적 결함도 있는 것이라고 봐서 판소리사설의 창작을 시도하는 이
는 이와 같은 판소리 사설의 특성을 이해하고 넘어갈 일이다.

   판소리가 敍事巫歌와 혈연성을 갖고 있다고 하나, 敍事巫歌에서 흔히 보이는 英雄神話
를 담지 않고 오히려 열 두 마당 판소리가 해학적인 서민들의 생활내용을 담은 것은 판소리
가 倡優戱로써 판놀음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이고 다섯마당 판소리가 골계가 덜어지고 품위
있는 내용으로 바꿔 것은 士大夫를 위한 방안놀음으로 공연장이 바뀐 때문이다. 오늘날
판소리 공연장은 倡優의 놀이판도 아니고 士大夫를 위한 소리판도 아니며 전통예술을 享
受하려는 청중이 모인 실내 공연장이나 현대 축제가 벌어지는 마당이 될 것이다. 새로운
판소리의 창작은 그 공연문화에 합당한 내용을 담겠지만 판소리가 지닌 여러 문화적 특성
이나 또 여러 美的範疇를 구비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판소리에서 歌客이 부채를 들고 서서 발림하며 소리를 하고 鼓手가 북장단을 치며 추임
새하는 것을 본다. 倡優公濱方式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판소리가 판놀음, 방안소리, 극장
공연과 같은 여러 공연상황이 바뀌면서도 이 公演方式이 변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판소리
公演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판소리의 창조에 이 전통적 공연방식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에서 歌客이 아니리라는 말버슴새(대사,연기,말투)는 倡優戱의 말버슴새에서 나
온 것이다. 이 말버슴새는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지만 일제 때 唱劇이 新派演劇의 말버슴
새를 따르면서 일부 명창들에 의해서 판소리에서도 新派演劇의 해를 입은 적이 있고 지금
은 近代寫實主義濱劇의 말버슴새에 따르기도 하나 앞으로 傳統판소리는 말할것 없고 創作
판소리의 말버슴새도 전통적인 판소리 말버슴새에 토대를 두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 이 다.
   판소리 歌客의 발림은 倡優戱에서 나온 것이고 이 발림양식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초
창기 판소리 발림은 지금보다 舞踊的 춤사위와 演技가 짙었을 것이나 근래에는 이런 발림
이 퇴색하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된 것이지만 판소리 歌客이 마이크를 쓰면서 발림이
무시되고 있음도 바로 잡을 일이다. 傳統판소리나 創作판소리는 傳統的인 춤사위나 몸짓
을 토대로 하는 발림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판소리의 音樂은 시나위圈의 倡優소리에서 비롯된 것이고 판소리가 방안소리로 발전되
면서 正歌, 民謠, 勸馬聲등 여러 他部門의 音樂語法은 도입하였지만 이것을 모두 판소리樣
式化 하여 새로운 音樂語法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傳統판소리는 수많은 명창들에 의하여
다듬어진 만큼 音樂부문에서 문제는 별로 없는 것이다. 창작판소리에서 새로운 音樂語法
을 응용할 때에는 傳統판소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 音樂語法을 판소리樣式化하여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판소리를 발전시킨 倡優들은 본디 여러 廣大가 배역을 분담하여 연기하는 濱
戱分野를 버렸으므로 시나위圈에서는 탈춤과 같은 演戱가 시들어 버렸다. 판소리 名唱들
이 唱劇을 창조한 것은 본디 있었던 倡優의 演戱文化를 발전시킨 內的動機에 의한 것이
아니라 中國의 傳統劇과 같은 다른 文化의 영향에 의한 外的動機 때문이었고, 다만 판소
리의 內容과 音樂과 아니리와 발림을 응용하는 것 밖에는 다른 傳統的公濱語法이 없었
다. 따라서 唱劇은 이밖에 公演場, 舞臺, 무대장치, 의상, 분장, 연출법과 같은 여러분야에
서 樣式化된 전통이 없었고 또 唱劇의 公演者나 演出者는 唱劇에서 倡優의 전통적 公演語
法을 樣式化해야 한다는 이념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가능한 대로 그리고 흥행성에
따라 행한 것으로 보인다.

   唱劇의 發生期에서 1930年代까지는 무대장치 없이 백포장을 배경으로 男女歌客이 배역
을 분담하여 판소리의 소리와 아니리와 발림으로 연기하였고, 30年代 즉 조선성악연구회
시절부터 新派演劇의 영향을 받아 舞臺장치, 분장, 연출을 창극에 도입하였고 이것이 많은
호응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를 계기로 唱劇에 新派演劇을 演出하던 演出家들이 唱劇
演出에도 손을 대게 되고 唱劇의 몸짓 연기나 대사 연기에는 傳統的倡優의 公演語法에서
이탈하여 新派調의 語法이 응용되기도 하였다.
   40년대∼50년대는 唱劇이 많이 공연되던 시기이지만 唱劇의 제반 공연어법이 傳統文化
로써 양식화되지 못하고 모든 것이 흥행을 위한 추구에 머무른 감이 있었다. 이 무렵에
이른바 女性國劇團이라는 새로운 창극양식이 나오지만 겉만 화려한 歌舞劇쪽으로 치달았
다는 평을 받았다.

   60년대에는 창극이 쇠퇴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이를 부흥하고 이를 傳統樣式으로 정립
하고자 국립극장에 국립창극단이 창단되었고 창극정립위원회를 조직하여 여러가지 창극의
양식 정립을 시도해 왔다. 그동안 寫實主義演劇, 서양歌劇, 뮤지컬, 마당극, 탈춤과 같은
극양식을 도입하기도 하였고 근래에는 판소리 다섯마당의 소리를 최대한 살리는 이른바
全판창극양식이 생기었고 고정 레파토리化를 시도하고 있으며 또 근래에는 現代演劇語法
을 도입한 실험적인 창극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창극이 아직 傳統劇의 한분야로 양식화되지 못한 것은 우리 공연문화에 자긍심
을 상하게 하는 것이고, 日本의 歌舞伎나 中國의 京劇과 같이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공
연예술문화로써 창극을 이끌어 올리고자 하는 것이 창극에 관심있는 인사들의 소망이다.
   창극이 독자적인 예술로써 양식화가 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소망이 이루어질 수없는 것
이니, 먼저 극장, 무대, 무대장치, 분장, 극본, 소리, 아니리, 발림, 춤, 연출, 반주, 조명등
모든 요소에 전통적인 공연어법을 토대로 양식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런 창극의
양식화를 토대로 여러가지 창극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우리 건축양식으로 전통적인 공연문화를 표출하는 기능을 발휘하는 창극 전용 극장이 마
련되고, 무대와 장치, 분장술이 양식화되고, 우리 문화양식에 맞는 극본양식이 정립되고,
판소리를 토대로 하는 소리, 아니리, 발림, 연출법, 연주법 등이 양식화되어야 할 것이다.
   창극이 歌劇이나 뮤지칼이나 近代濱劇이나 어떤 공연예술 분야의 공연어법을 창조해 보
는 것은 창극의 양식화 작업과 별도로 시도되는 창작 창극의 문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