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創作音樂의 現況과 그座標

韓國創作音樂의 現況과 그 座標

韓明熙

   東西를 막론하고 創作音樂의 역사는 곧 인류문화 자체의 역사만큼이나 장구하다고 하겠
다. 피타고라스나 뵈티우스, 혹은 전형적인 동양적 樂論에서와 같은 宇宙論的이며 形而上
學的인 음악의 세계는 접어두고라도 이미 그리스에서는 클레오카레스가 아폴로신을 찬양
하는 頌歌를 작곡했으며 고구려의 유리왕은 黃烏歌를 지었고 신라의 子勒은 수다한 가야
금 곡을 창작했었으니 말이다.
   이같은 창작음악의 유구한 歷史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作曲史는 아르스 안티카시대의 레
오닌이나 폐로틴으로부터 起算하고 우리의 그것은 현행 연주곡인 與民樂을 만든 세종대왕
으로부터 풀어내는 것이 묵시적 通念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우리가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한국의 創作音樂이란 기위 題目
속에 「現況」이라는 말이 摘示되어 있듯이 이미 먼 역사의 章에 치부된 음악은 論外로 삼
는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한국창작음악」의 정의를 시간적으로 현재에 국한시킨다고 해도 결국문제가 숱
하게 야기됨은 물론이다.
  먼저 現在라는 시간의 下限線을 비롯해서 창작음악의 範疇問題, 즉 요즘의 言語慣行처럼
洋樂作曲이냐 國樂作曲이냐, 혹은 大衆音樂이냐 藝術音樂이냐의 문제 등을 限定해야된다는
전제조건들이 바로 그것들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같은 전제조건들을 논리적으로 일일이 規定하고 들어가기에는 주어진 시간과
여건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主題가 요구하는 창작음악의 개념과 범주를 역시
우리들의 현재적 音樂慣行에서처럼 대학과정의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은 通稱「작곡가」
들의 창작품에 국한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전제를 하고 출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한국창작음악의 現況을 진단해보기 위해서는 속칭 洋樂作曲이라는 서구적 創作流派와
國樂作曲이라는 전통적 맥락의 창작유파를 想定하고 이들의 가까운 역사를 개괄적으로 一
瞥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조선조의 懦敎社會를 흘러내린 전통음악은 그 유교적인 음악관, 특히 聖
王의 경우에만 作樂을 할 수 있다는 고전적 음악관 (知禮樂之情者能作識禮樂之文者能述
作者之謂聖述者之謂明明聖者述作之謂也. 夫子之星乃述而不作者有其德無其位故耳. -樂
記-)에 적지않이 영향을 받았으며 그같은 보수적인 일련의 文化背景은 결과적으로 창작
분야를 零細化시킬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기위 조선조시대에는 傳來하는 음악의 「점진적 變容」은 있었어도「근원적인 作曲」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개의 경우 作曲行爲를 배제한 채 瀉奏史 일색으로 일
관해온게 우리 전통음악의 실상이다. 與民樂 음악은 與民樂慢, 與民樂令, 다시 解令 등으로
작곡자없이 變容되어 오고 靈山會相은 管樂靈山會相, 平調會相, 기타 갖은會相 등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春香歌라는 주어진 틀 속에서는 여러 명창들이 저마다의 더늠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散調 한바탕의 골격 위에서는 각기 나름대로의 名人技를 내세우며 독특한
流派를 형성해온 사실들이 바로 그 例들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작곡행위의 不毛地的 음악풍토 위에서 근대적 개념의 작곡활동이 본격적으로 시
작된 것은 '60년대의 일' 특히 서울대학교에 대학과정의 국악과 ('59년도 창설)가 운영되고
부터의 일이라고 하겠다. 물론 일제강점기나 광복직후 부터도 金琪洙의 例처럼 작곡활동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지만 역시 하나의 쟝르로서 정립되어 실개천 같은 時代的潮流를 형성
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초두부터의 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서구적 語法의 洋樂作論은 하나의 定石처럼 운위되듯 개화기 때의 찬송가의 영향권
에서 胚胎된 소위 「唱歌」流의 노래를 시발로 하고 있으며 洪蘭坡로 대변될 수 있는 「歌
曲」流의 음악을 거치면서 오늘의 복잡한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하겠다.
  좀더 부연하면 1902년 독일인 軍樂隊長 엑케르트가 大韓帝國愛國歌를 작곡한 이래 白
禹鏞과 鄭士仁, 金仁提, 李尙俊, 洪藺坡, 金亨俊 등으로 이어지던 창작계통의 맥은 다시 외
국유학파인 桂貞植, 蔡東善, 玄濟明 등이 활약하기 시작한 '3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제법 「作曲」이라는 쟝르의 거점을 마련해가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왔다고 볼 수 있다.
  여기 洋樂作曲의 경우에 있어서도 역시 명실상부하게 다채로운 작곡활동이 전개되던 시
기는 국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60년대의 초반, 소위 「제2세대작곡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던 바로 그 즈음으로 설정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一瞥해본 바와 같이 '60년대 부터 명실공히 활기를 띄기 시작한 이들 국악과
양악의 두 계보의 作曲血統은 草創期부터의 이들 生育過程이 그러했듯이 '60년대 全般에
걸쳐서도 상호 異質的인 力關係 속에서 각자의 폐쇄적인 채널을 固守해가던 것이 일반적
인 추세였다. 그후 '7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한 傳統文化에 대한
再認識의 일환으로 이들 兩者間의 平行線은 한결 좁혀지게 되었으며 딱히 年代紀的區劃에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대충 '8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그동안 外來文化의
홍수 속에서 이미 '60년대 후반부터 自救的인 차원에서 연면히 主唱되어오던 主體意識
확립을 통한 民族文化의 顯揭이라는 時代意志에 힘입어 이들 국악작곡과 양악작곡의 관계
란 서로의 音樂的體質이나 樣式을 混用하는 작품자체의 성격으로 보나 혹은 작곡자 자신
들의 意識性向으로 보나 한결 밀착되어 선로의 공통된 屬性과 位相을 확인해오기 시작했다
고 하겠다.
  지금까지 走馬看山格으로 槪觀해본 한국창작음악의 展開過程을 주의깊게 통찰해보면 결
국 우리는 한국의 創作音樂界가 숱한 試行錯誤의 진통을 겪으면서 오랜 세월을 彷徨하고
懷疑하며 停滯되어오지 않을 수 없었던 그 歷史的이며 時代的인 必然性을 어렴풋이나마
直感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선 앞서도 言及되었듯이 한국의 창작계는 축적된 作曲傳統의 遣産이 없는 황량한 薄
土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얼핏 歷史가 日淺하다는 말과 유사한 말 같지만 기실
그와는 다르다.
  비록 日淺한 역사의 作曲史라고 할지라도 그 作曲行爲 자체가 자신들의 문화적 苗圖속
에서 충분히 醱酵되어 自然發全的으로 우러난 결과라면 這間의 우리네 사정처럼 그렇게
갈등하고 그렇게 고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양악작곡의 경우에서 처럼 특정
문화권의 음악예술이 자라온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속성을 去頭截尾한채 그 結晶體만을,
그것도 他律的이며 受動的인 방법과 형세에서 우리와 같은 전혀 異質的인 體質과 土壤으
로의 着根을 시도하는 입장이었고 보면 오히려 갈등과 시행착오가 없다는 것이 怪異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고 하겠다.
  한마디로 한국창작계가 生來的으로 內包할 수 밖에 없었던 否定的 측면의 하나는 바로
이 점, 즉 異質的인 外來音樂을 情緖的으로, 理論的으로, 傳統的으로,

文化的으로 충분히 了解하고 濾過시키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받아들인데 있음이 분명하
다고 하겠다. (이 점은 한국적 전통의 연장선상에 서 왔다고 自任하는 국악창작의 경우에
있어서도 서구적 技法을 援用하는데 급급한 처지였고 보면 결코 예외 일수가 없다.)
  한편「韓國創作音樂」의 개념을 서구적 洋樂作曲流派와 전통적 國樂作曲流派의 범주를
뛰어넘는 上位槪念으로 받아들일 때,이같은「韓國創作音樂」의 명실상부한 着根을 저해해
온 주된 원인이라면 바로 저간의 우리네 作曲風土에 양갈래의 作曲流派가 서로 軋轢한 채
倂立해 왔다는 사실에 있기도 하다.
  여기 양자간의 알력이란 흔히 있을 수 있는 예술적 理念이나 樣式上의 차이에서가 아니라
두 가지 계보의 문화자체를 종적인 優劣槪念으로 固着化시키는 데서 惹起된 것이기에 더욱
문제는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서구문화 지상주의 속에서 빚어진
이같은 우열개념에 의한 兩極化현상을 불행히도 전통음악의 母胎인 傳統文化 자체를 한낱
골동품적인 후진문화로 치부하려드는 문화적 敗北主義와 外來指向的인 沒主體性, 그리고
自己貶下的인 小作人 근성과 垂直的劃一主義를 팽대시켰으니 이같은 상황에서 외래음악의
신선한要素를 主體的으로 수용하여 正·反·合의 문화발전의 순리대로 보다 승화된 단계의
「韓國創作音樂」의 地平을 열어간다는 것은 아예부터 語不成說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같은 非正常的인 예술풍토 속에서 양악작곡은 양악작곡대로 국악은 국악대로 적지 않은
徒勞의 시간을 보내온게 그간의 우리네 創作界의 숨김 없는 실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실 그동안 한국창작계의 많은 작곡가들은 진정한「韓國音樂」의 劍出을 위해서, 아니
면 적어도 순수예술음악의 個性있는 樣式의 모색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은 불행한 「韓國的文化與件」은 不知不識間에 그들의 思考,
그들의 藝術行爲를 局地的이고 技葉的이며 刹那的인 日常性에 埋沒시키고 馴致시켜 왔는가
하면 이같은 한국창작계의 宿命的인 屬性은 우리네 作曲史의 부정적인 歷史性과 합류하여
창작계에 상투적인 模做主義, 素材主義, 實驗主義, 劃-主義, 徵視主義의 풍조를 만연시켜
왔으며 결과적으로 作曲行爲는 있되 流派(School)는 없고, 試圖는 많되 指標는 없으며,
物量은 많되 內實은 零星한 과대포장의 악순환 같은 弱性體質의 作壇氣流를 굳혀놓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예술창작 과정에서 모방이나 실험이란 필수적이랄 수도 있다. 그러나 文化輸入國의
위치였던 우리의 풍토에서 선망의 표적이었던 외래음악을 모방한 실상이란 自己啓發을 위한
정상적 모방이라기 보다는 被模做物에 主體가 代入되는 主客顚倒의 모방이었기에 역시
결과적으로 그 많은 기간과 노력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한국창작음악의 定立과 지향할 座標의
설정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다. 바로 이점에 한국적 모방주의를 否定的으로
보려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한편 그간의 창작풍토에 노출되었던 잡다한 부정적인 현상, 즉 투철한 예술적 所信과
관계없이 世俗的인 時流를 의식하며 기발한 着想만을 추종하는 類似創作行爲의 「韓國的
素材主義」, 예술사적 惰性이나 사회적 屬性의 점검없이 尖端的인 技法과 近着의 知譏을
무비판적으로 騷使하려드는「韓國的實驗主義」, 양대 문화권의 문화적인 본질 즉 서양의
論理와 우리의 感性이 만날 수 있는 공통의 접합점을 천착하려는 本質論을 떠나 양자의
樂器만을 안이하게 混用하며 양자간의 음악적 융합이요 수용인양 過信하는「韓國的劃一
主義」,그 밖에 음악의 사회적 기능이며 음악적 삶의 문제 등은 차단한 채 스스로의 독선적
도그마에 蟄居하여 음악사적 方向感覺을 상실하는「韓國的徵視主義」등은 모두가 그간의
우리네 사회적인 意識構造와 연루되어 있는 현상들이지만 역시 결과적으로 한국창작음악의
정상적인 발전속도를 지연시켜온 굵직한 要因으로 작용했던 사실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이어온 論旨를 정리하면 결국 한국창작음악계는 그동안 模倣과 漂流와 探索의
계절을 거치면서 여러가지 否定的인 側面을 露出시켜온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부정적인 측면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속에서 우리는 철저한 自省의 단계와 自我確認의
절차를 거치며 문득 自己로부터 출발하고 自已로부터 우러나는 自己의 소리인 진정한
「韓國音樂」의創出를 渴求하고 當爲視하고 自矜하려는 성숙한 意識의 지점까지 발돋음된
것도 또한 사실이다.
   다만 여기서 창작음악의「座標」문제와 연결해서 한마디 添言한다면 지금까지 개진한 수
다한 부정적인 속성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참신하고 획기적인 「意識의 大轉換」이
필요하다는 포괄적인 言辭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특히 아직도 未解結의 章인 外來音樂의 主體的受容問題와 결부해서는 숲이 아니고 나무만
을 보는 徵視的短見을, 그리고 음악이 삶과 유리된 채 전문가의 환상 속에 浮遊하고 있는
문제와 결부해서는 所信없이 자신을 粉飾만 해가는 끝없는 虛僞意識을 철저히 불식해갈
「意識의 大轉換」이 喫緊하다고 하겠으며,또한 음악 본연의 예술론적 의미와 그 문화사적
본질의 문제를 음미하여 새로운 音樂觀, 새로운 蕓術觀을 타진하기 위해서는 東洋音樂觀의
典範이랄수 있는「樂記」의 文句인「明於天地然后能興禮樂」이라는 金言을 想起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창작음악계의 「否定的인 現況」을 극복하고「바람직한 座
標」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미봉적인 代案도 필요하겠지만 역시 그 궁극적 관건은
時代思潮에 부응하고 예술본연의 屬性을 정확히 꿰뚫어보기 위한「意識의 大轉換」이 선행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