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무 고급 엔지니어 또는 경력 수십년의 감각있는 전문가에 대하여 평가할 재간이 없다. 나 스스로도 그러한 수준에 있다고 자신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급기술자들은 실무 1년차들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가르쳐 줄 분들이 많지 않다. 앞서 말했지만, 나의 불만은 여기에 있다. 말이 새고 있네...
여하튼, 실무 1년차에서 중급정도는 서로 몇마디 해보면 금방 상대방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각기 전문분야가 있겠지만, 공통이 되는 기초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콘덴서는 뭐하는 것입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이 질문은, 내가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되었다.신입직원 실무 1년차들은 반응은 대체로 다음의 두가지로 압축된다.
"예? ...그게 그러니깐..."
이 대답이 제일 많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은 질문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나한테 한 수 가르쳐주려고 하나부다...하고는 오히려 나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는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 나름대로 성실한 대답을 하는 신입직원의 경우,
"콘덴서요? 아...콘덴서는 '충전 및 방전'을 하는 것인데 어쩌구 저쩌구..."
하고서는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어려워 한다. 어쨌거나, 맞는 말이긴 하다. 교과서에서는 콘덴서, 그러니까 커패시터가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를 '충전'과 '방전'으로 결론을 짓는다. 하지만, 내 질문은 콘덴서의 물리적인 작동원리를 묻는 것이 아니라, 전자회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데 쓰이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자기가 콘덴서를 사용해 본 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한다.
"바이패스나 필터에 사용하지요..."
그러면, 나는 다시 묻는다.
"왜요?" "...."
질문을 던진 내가 기대하는 답은,
"교류는 통과시키지만, 직류는 차단하지요."
하는 정도의 대답이었다. 물론, 콘덴서는 기본적으로 충전과 방전을 하며 발진회로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발진회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에, 교류를 통과시키고 직류를 차단하는 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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