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美 낸드 메모리 뭉친다" 시장 지각변동에 삼성·SK 득실은?

[이슈진단+] 키오시아-웨스턴디지털 합병 논의 막바지...韓반도체 업계 주목

일본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결정하고 경영 통합을 위한 막바지 최종 조율에 나서면서 메모리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낸드 시장에서 각각 2위, 4위 회사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긴장감이 돈다. D램에 이어 낸드 시장도 '빅3' 체계로 재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점유율은 산술적으로 삼성전자 점유율을 앞서지만, 현실적으로 1위인 삼성전자를 앞서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3위 SK하이닉스는 점유율 측면에서 2위 탈환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낸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기술 초격차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낸드 업황 심각, 美·日 뭉쳐야 산다…1위 삼성전자에 도전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합병을 결정하고, 경영 통합을 위해 최종 조율을 진행 중이다. 웨스턴디지털이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해 키오시아홀딩스와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경영 통합하는 안이 유력하다. 통합 지주회사의 최종 출자 비율은 웨스턴디지털이 50.1%, 키옥시아가 49.9%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실질적인 경영권은 키옥시아가 갖게 되고, 본사는 일본에 위치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달 안에 최종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합병에 대한 가능성은 앞서 2021년부터 꾸준히 흘러나왔다. 양사는 합병을 한차례 추진했지만, 각 사의 지분 가치 측정에서 의견이 달랐고 최종적으로 지난해 일본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합병 추진은 이전과 상황이 다르다. 메모리 업황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미국과 일본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병을 환영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낸드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1위 삼성전자로부터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낸드 점유율 2위, 4위인 양사가 합병할 경우 낸드 시장의 약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게 되면서 메모리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1.1%), 키오시아(19.6%), SK하이닉스(17.8%), 웨스턴디지털(14.7%) 순이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산 점유율은 34.3%로 삼성전자 점유율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낸드 3위인 SK하이닉스는 입지가 좁하지고 2위 재탈환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솔리다임) 인수로 지난해 2분기 점유율 2위까지 올라섰다가 지난해 3분기부터 3위로 내려왔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해서 점유율이 삼성전자과 대등해지면, 그동안 1위였던 삼성이 시장 주도권을 지속해서 이어가기에 어려워질 수 있다. 점유율이 비슷하면 서로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미국이 일본과 대만과 시스템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에서도 일본과 손을 잡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사진=키오시아

■ "양사 합병해도 낸드 점유율 삼성 넘기길 어려울 것"

다만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 이후에도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임원 출신인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은 "과거 반도체 업계의 대형 인수 사례를 살펴보면, 두 회사가 합병을 한다고 산술적으로 점유율이 합해져서 1위에 올라서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합병한 회사의 전후 점유율이 꼭 일치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례로 2013년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D램 업체 엘피다를 인수할 당시, 업계에서는 양사의 점유율(마이크론 12.5%+엘피다 12.1%=24.6%)이 합해지면 2위인 SK하이닉스(23.9%)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D램 시장 1위는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로 마이크론은 여전히 3위다.

또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중국 다롄공장)를 인수했을 때도 SK하이닉스가 낸드 시장에서 키오시아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2022년 2분기를 제외하고 SK하이닉스는 줄곧 3위에 머물고 있다. 앞서 1999년 메모리 시장에서 5위였던 현대전자가 4위인 LG반도체를 인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양사가 합병하면 점유율이 삼성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 회장은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인수는 삼성 1위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2위, 3위간의 경쟁에 있어서 SK하이닉스에게 긴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SK하이닉스는 이를 계기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면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규제 당국 승인이 걸림돌…中, 반대할 가능성 높아

양사가 최종적으로 합병을 마무리하려면 계약 후 2년 내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닛케이 신문은 "양사는 독점 금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중국에서 승인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키오시아의 대중국 수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노화욱 회장도 "중국에서 반독점을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중국에서 반대하면 합병 승인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부에서 분사돼 설립된 키오시아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하이닉스의 합병 동의권에도 이목이 쏠린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 특수목적법인(BCPE Pangea Intermediate Holdings Cayman)를 통해 2018년 키오시아홀딩스의 지분을 15%가량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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